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사교도들은 아주 옛날부터 우리의 옆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신비로운 이계의 힘을 사용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이득을 취해갔죠. 하지만!!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사교도들을 비밀리에 체포하고 사람들을 구조해내는 대한민국의 이계 전문 비공식 경찰 수사팀. 그들을 알고있는 사람들은 경멸과 경외의 시선을 담아 당신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미스테리 사교도 수사단 미사단이라구요
KPC와 탐사자는 그저 외근을 나왔을 평범한 회사원일 뿐입니다. 단지 어째서인지 아날로그함을 좋아하는 상대 회사 덕에 들고 가야하는 서류가 천근만근인 것 외에는 아주 일상적인 하루라고 볼 수 있죠. 그러던 중 서류를 제 키만큼 들고가던 탐사자가 누군가와 부딪히고, 죄송합니다! 주고받는 훈훈한 인사 속에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어이, 잠깐 거기 서!" 시비라도 걸려는 걸까요?! 하지만 회의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이런 곳에서 걸음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KPC는 옆에 놓여있던 홈마이너스 카트에 모든 서류와 가방을 쑤셔넣더니 올라타는데요, 뭘 하려는 거죠?! "뭐해요, 탐사자?! 빨리 밀어!" 녜?! 지금 뭐라는 거죠?!
매년 찾아오는 12월, 그중에서도 올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곳 도시는 성대한 축제를 준비하며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물론 PC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뭐 어쨌다고요. 도시의 뒤편을 죄 손에 쥐고 흔드는, 육황회의 말단 간부 중 한 명인 PC는 남들처럼 새해 전야를 즐길 처지도 아니거니와 윗선의 형님들이 미룬 조직의 일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30일, 그날도 이리 불려가고 저리 불려가며 바쁜 날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PC의 앞에, 육황회의 보스인 큰형님께서 직접 내린 올해 마지막 임무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PC, 곧 새해 아니냐. 청소도 새로 하고 집 재산 뜯어먹는 쥐새끼들도 좀 잡아야겠어.” “네가 가서 쥐 좀 잡아 와라.” 새해맞이 대청소. 즉, 조직 내에 숨은 쥐새끼를 색출해 큰형님 앞에 데려오라는 것입니다. 황홀했어야 할 새해 전야. 이매망량이 날뛰는 축제의 밤. PC는 사냥꾼이 될까요, 먹잇감이 될까요.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한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일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kpc는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눈을 떴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방에서. 여긴 어딜까요? 긴 꿈을 꾸고 일어난 것처럼 기억이 몽롱합니다. 그런 당신에게 친근한 목소리가 말을 겁니다. " 일어났어? 새 집에서의 첫날이야! 이삿짐은 거의 다 풀었어. 와서 좀 둘러볼래, 탐사자?
열려있던 현관문,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집, 그리고 연락을 받지 않는 KPC. 거실 바닥에 흩뿌려진 질척한 액체를 지나 조심히 걷어낸 커튼 뒤엔... 칼에 찔린 채 쓰러져 있는 KPC가 있었습니다.
최근 연예계는 아주 흉흉합니다. 탐사자네 방송국에서, 유명 연예인 A 씨와 B 씨가 칼에 찔려 죽었거든요. 그들의 사망 시각에 정전이 일어나, 용의자도 모호해져 미궁에 빠진 사건. 언론은 앞다투어 이 끔찍한 사건을 보도했고, 여론은 방송국의 미흡한 보안과 대처에 날 선 항의를 보냈습니다. 이에 방송국은 그들의 시선을 돌려 비난을 피하고자 여러 가지 새로운 프로그램과 코너들을 만들었죠. 그중 하나가 바로, 연예인들의 가방을 불시에 털어 공개하는 <왓츠 인 유어 백!> 이 새 코너의 리포터가 된 탐사자는 전국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 KPC의 가방을 열어젖힙니다. 그 가방 속에서 발견한 것은… 피 묻은 칼?! “숨겨줄 거죠?” 숨겨줘야 할 걸요. 우린 이제 ‘공범’이니까.